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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가을에서 2019'봄] 그 가게 이야

티벳록빠           조회수 839
2019.06.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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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게를 생각했다. 이 곳은 약한 것들 투성이다. 짜이를 끓이는 냄비 손잡이는 여러 번 떨어져 철사로 칭칭 감아둬야 했다. 손 때 묻은 메뉴판, 모서리가 닳은 나무 식탁, 푹 꺼진 의자, 가게 곳곳을 채우는 바래버린 천과 룽타는 아마 몇 년은 더 이곳을 지켜야 하겠지. 그리고 지기들. 저마다의 삶의 흔적을 속살 어딘가에 감추고 여기를 채우는 사람들마저. 이것들은 모두 오래 되고, 낡았고, 언제 툭 하고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실같은 것들이지 않나. 그런데 그 약한 것들이 그 가게를 몇 해 째 지탱하고 있다. 어쨌든. 약한 것들이 모여 약한 것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이건 강하다.

<어느 지기의 금요일지> (19.05.03일자) 중

서울 종로구 사직동. 마을 이름은 아마 사직단에서 따왔겠죠. 서울이 한양이라 불리다, 경성이라 불리다, 지금이 되기까지 이 땅을 지켜 본, 지켜온. 사직동의 사직단이 있습니다. 그 뒷길로 이어지는 언덕 끝엔 종로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마음의 휴식을 얻고 싶을 때 그 언덕을 오릅니다. 아주 커다란 나무와 책이 있으니까요. 사직동엔 종로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 입구에서 조금만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길 건너 이웃에 그 가게가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사직동엔 그 가게가 있습니다.

그 가게는 아마도 작은 다람살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곳을 아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마음으로 가본 분들에게는 설레며 낯선, 혹은 누군가에는 그리운, 아픈 곳 말입니다. 사직동 그 가게의 낮은 대문 안으로 조심 발 한 짝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얼마간 인도의 다람살라에 있습니다. 향긋한 짜이 냄새, 터지는 폭죽같은 커리 냄새, 사진으로 인사하는 티벳의 얼굴들, 그리고 다람살라의 작업장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이 우리를 반겨주니까요. 하지만 참 궁금한 일입니다. 어째서 서울 한 가운데 이런 곳이 있을까요? 이곳에 어느 손길이 닿고 있길래 말입니다.

그 가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무도 오라 하지 않았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매주 하루 혹은 그 이상을 이 곳에 와 일손을 돕습니다. 그들은 쉽게 오기도 떠나기도 하지만 어렵게 와 오래고 머물기도 합니다. 그 가게엔 보이지 않는 지기들이 있습니다.

그 가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가게의 시간은 어떤 빛깔일까요. 그 가게의 공기는 어떤 냄새를 품었을까요. 그 가게의 말소리는 어떤 온도로 울릴까요. 지기들은 무얼 만들어 먹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농담을 주고 받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티벳과 다람살라는 알아도 서울은 몰랐습니다. 티벳과 다람살라의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서울에서 매일을 살다 한 주에 하루를 잊지 않고 다람살라로 날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는 잘 몰랐습니다.

어느 지기는 금요일지를 씁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짧거나 긴 글이 그 날의 사진들과 함께 록빠 블로그에 올라갑니다. 작고 큰 사람들의, 희미하고 이상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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