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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여름과 가을 사이 ] 다람살라에서 온 편지

티벳록빠           조회수 933
2018.09.12 19:27


선물같은 경험

 

 "빼마라! 큰일 났어요! "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보통 일들은 위챗 단체방을 통해 공유하는데,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는 것은 정말 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화 벨소리가 심상치 않다. 휴가를 받아 델리에 가 있는 돌마한테서 온 전화다. 돌마가 숨도 쉬지 않고 놀라서 말한다.

 

"록빠 가게에 도둑이 들었어요! 일주일 매상이 다 가게에 있었는데, 홀랑 가져갔어요. "

 

중간에 일요일도 있고, 록빠 기념일 행사라 문을 닫고 하는 바람에 은행에 입금을 하지 못했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한다. 곧 월급과 월세를 내야 하는데, 큰 일은 큰일이다. 도둑맞은 돈도 돈이지만, 혹시나 자물쇠를 따려다가 셧터를 망가뜨렸으면 어쩌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셧터를 고치려면 또 사람을 불러야 하고, 부른다고 바로 오지 않을게 뻔한데 그럼 당장 오늘 밤에는 가게 문을 어떻게 닫아놓지? 그런데 도둑이 셧터를 열고 들어온게 아니라, 사람이 들어올 수 있을꺼라고는 지난 십 년 동안 단 한번도,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환기 구멍으로 침입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대단하다.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십년동안 막지도 않은채, 가게에 일주일치 매상을 그대로 두고 다녔다니...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은 좋은 일과 함께 오기 마련이다. 도둑이 한번 들고 나니, 다들 정산을 하고 그 후 입금을 하는 문제에 대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직원들이 예민해졌다. 그리고 금액이 제법 크다보니,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다들 나름대로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사무실까지 거리가 제법되어 하루에 몇 번을 오간다는 것이 정말 귀찮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가게 막내인 이씨가 아침부터 가게 상품을 가져가기 위해 사무실에 한번 더 들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에 사무실이 너무 멀다며 투덜거리던 이씨였는데 말이다. 다와는 집주인을 만나고 주변 건물들을 탐색하며 인근 CCTV 를 찾아내어 도둑이 들던 날 밤에 기록을 찾아보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도둑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작년에 퇴직한 전매니져이자 현탁아소 부모 대표인 캘상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손실을 메꿔야 하지 않겠냐며 뭘 하면 되겠냐고 먼저 나서준다. 바로 다음날 탁아소 부모님들이 아침부터 기부함을 들고 템플로 나가 모금 활동을 하셨다. 이틀 동안 모금 활동을 해서 기어코 도둑맞은 손실액을 찾고 넘치게 메꿔 주었다.

 

도둑이 든 것은 속상한 일이지만, 올 해로 십 년을 맞은 록빠 가게가 재정비를 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 이런 어려움을 통해 식구들도 더 단단해진다. 록빠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기꺼이 나서줄 공동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록빠 13주년 기념 선물같은 경험이다.

"도둑님! 귀하게 쓰일 돈이었습니다.

모쪼록 술하고 마약하는데 쓰지 말고, 가족을 위해 귀하게 쓰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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