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여름] 다람살라에서 온 편지
삼신 할머니가 되어.
- 글쓴 이 빼마
새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오면, 새로운 아기들을 맞습니다.
생후 10개월부터 16개월 사이의 아기들이 생에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
탁아소에서 지내게 됩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테지요.
첫 한 달은 하루 종일 울음 소리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올 해 새로운 아기들은 총 15명입니다.
하지만 워낙 어려 한번에 15명을 다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에 두어명씩 적응하는대로 2달에 걸쳐 천천히 받습니다.
때로는 적응을 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 아기들이 적응 해 나가는대로 탁아소 일대일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 소식을 드립니다.
일대일 후원금이 아가들 가정에 직접적으로 전달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연간 45명의 아가들을 돌보는데 필요한 금액으로
탁아소를 운영하는데 쓰입니다. 일대일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 보내 드리는 아가의 사진과 소식은 탁아소를 대표하는 셈이지요.
각 가정마다 나름의 사연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먼저 탁아소 매니져가 각 가정을 방문해서 부모님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습니다.
신청한 모든 가정을 다 받아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보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가려내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매니져가 작성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아기들 사진과 함께 소식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보내 드립니다.
이때는 마치 삼신 할머니가 아기를 점지해 주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생면부지의 티벳 아기를 먼 나라 한국에 있는
역시나 생면부지의 어떤 분께 연결해 드리는 일. 가슴 설레는 순간입니다. 때로는 그렇게 점지해 드린 아기 덕에
록빠와 더욱 가까워지고 여기 다람살라가 제2의 고향이 되기도 합니다.
소식을 한국어로 옮겨 적고 손글씨 엽서를 씁니다. 후원해 주시는 분이 열 명도 안되었던 첫 해부터 지금까지
가능한 손글씨로 보내고자 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된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하고 있는 한국인 담당자는 쉽지가 않을테지요.
4월 한 달도 책상 위에는 매일 엽서로 가득합니다. 후원 엽서를 쓰고 우표를 붙이고 보내기 까지 꼬박 한 달이 걸립니다.
"손글씨를 쓰는게 힘드니? 한국어로 번역하는게 힘드니?"
이 일을 하는데 뭐가 가장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과연 이 엽서가 한국에 무사히 도착해서 잘 받으실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에요.
열심히 보낸 엽서가 다시 되돌아 왔을때, 그때가 가장 힘들어요."
추신 :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께.
" 주소 변경시 메일 한통 부탁 드립니다. "
매년 받아 보던 예쁜 글씨체의 비밀의 손이시네요^^ 감사히 항상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