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 [사진] 대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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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마 작성일05-01-03 17:14 조회5,293회 댓글1건본문
계획대로라면 전주에서 우리는 논산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논산-공주 도로는 고속도로 못지 않게 차량도 많고 위험해서 우리는 대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주에서 대전으로 가는 방법중에서는 대둔산이라는 산을 넘어가는 길이 가장 짧아 보였고 당연히 가야 할 길 같았다. 말골재, 그야말로 '재'를 넘는다는 것은 도심가의 두배는 힘이 드는 일이였다. 왜 거북이처럼 가라고 했는지 사실 차도 많이 다지니 않는 길에 그토록 큰 이정판을 세워두었는지 알만한 길이였다. 숨이 턱 밑까지 헉헉 차올랐다. 그동안 다리는 아프고 숨은 차 오를 일이 없어 때로는 머리 따로 다리 따로인 내 사지의 주인이 각각 다른 것만 같아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상상도 하곤 했었는데 말골재를 넘을때는 온몸, 온 호흡을 다해 내가 지금 걷고 있다는게 실감났다. 그래서 숨은 차 오를지언정 신났다. 걷고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의 경험으로 비쳐봤을때 우리는 물이 필요 없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땀이 안나 오히려 화장실 가는게 문제라면 큰 문제였다. 오히려 차가운 물 보다는 따뜻한 커피 한잔이 우리를 위로했다. 그런데 이날은 그 흔한 주유소 조차 보이질 않았고 종종 나타나는 동네는 꼭 빈 것만 같았다. 꼭 이럴때면 물이든 콜라든 뭔가 마시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정말 간만에 나타난 가게였다. 가게, 수퍼, 담배 뭐하나 이 집이 가게라는 증표는 없었다. 그저 빼꼼히 열린 문 사이로 콜라캔이 있고 쵸코파이가 보이는 것 이외에는. 사람도 없다. 열심히 사람을 찾아 보았지만 주인은 대담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문만 열어 놓고 한참을 불러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자세히 보니 어쩌면 이건 가게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구멍가게라고 해도 그 흔한 아이스크림 냉장고도 하나 없고 우유 냉장고도 없다. 툇마루에 물건 몇개 널려 있을 뿐이다. 대둔산, 대둔산 등산 입구에서 자고 일어난 날은 올해 들어 가장 춥다던 날이였다. 어쩐지 춥더라. 하지만 파아란 하늘과 그림같은 산. 그 어느 날보다 맑은 날이였다. 국토 종단중에 가장 좋았던 코스를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대둔산 코스를 꼽을 것이다.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먼지는 까마득히 잊고 마치 하루 산책 나온것 마냥 가벼운 날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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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이님의 댓글
찬이 작성일마지막사진 올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