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고상두] 성화는 불타고 있는가!
karuna
조회수 1,841
2008.04.15 11:54
[2008.04.14 19:11] 올림픽 성화가 수난당하고 있다. 그리스에서 열린 채화 행사장에선 국경없는기자회 회원 3명이 티베트 사태에 항의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올림피아에서 채집된 성화 불씨는 한달동안 20여개 나라를 거칠 예정인데, 이 '성스런 불'을 지키기 위해 도시마다 수천명의 경찰이 동원되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 시위대가 소화기로 끄려 했던 성화가, 파리에선 세 번이나 저절로 꺼졌다. 1871년 파리코뮌 이후 130년 만에 첫 좌파출신 파리시장이 된 베르트랑 들라노에가 시청사에 내건 '파리는 전 세계의 인권을 수호한다'는 현수막 때문이었을까. 이제 글로벌 성화 봉송행렬은 티벳 민족의 독립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행사로 변하고 있다. 역사상 많은 사람들이 민족을 위해 희생됐다. 백범 김구는 일본형사에게 고문을 받으면서 "저들은 조선을 삼킨 후에 단지 소화시키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애를 쓰는데 정작 빼앗긴 조국을 찾겠다는 나는 졸리고 힘들다고 생각한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민족자결주의란,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 것인지 혹은 독자적으로 살 것인지를 민족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민족과 국가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미국과 스위스에선 다수 민족들이 통합하여 잘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에선 많은 소수민족들이 피지배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피지배민족에게 자주독립을 제공하고 패전국인 오스트리아·오스만투르크를 해체하고자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했다. 이러한 국제정세는 동방의 식민지 조선에서 3·1운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식민지를 통치하고 있던 전승 동맹국의 반발로 민족자결주의는 유야무야해졌다. 탈냉전 이후 유럽에서 민족자결주의가 부활했다. 체코슬로바키아, 옛소련, 옛유고 등이 해체되면서 많은 국가가 새로 탄생됐다. 유럽인들은 티베트 사태가 국제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약소 민족에 대한 억압은 자주 분쟁의 불씨가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은 사라예보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단치히에서 촉발됐다. 미·소 냉전이 보여주는 것처럼 강대국의 직접적인 힘겨루기에서 전쟁이 발생하긴 어렵다. 반면에 약소민족을 둘러싼 강대국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주의적 내정간섭이란 평화 못지않게 인권을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코소보, 소말리아, 르완다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인도주의적 개입을 결정할 때, 흔히 국익보다 여론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얼마 전 미얀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정부는 즉각 유감의 뜻을 표하였다. 하지만 중국에겐 국익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민간차원에서도 조용한 것을 보면 우리는 여전히 "국경있는 시민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88올림픽 직전에 지구촌은 한국의 민주화를 지원하였다. 민주화 빚을 지고 있는 우리의 시민사회는 정부와 달라야 할 것이다. 유럽 정상들이 잇따라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찬성론자는 회의론자로, 회의론자는 반대론자가 되고 있다. 프랑스의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국제평화를 올림픽 정신으로 삼았다. 티베트 문제가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고, 중국이 점차 고독해지고 있다. 사실 올림픽 개최국은 경제적 자신감뿐만 아니라 도덕적 자긍심도 보여주어야 한다. 동양문명의 원천인 중국이 공존과 상호존중의 철학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세계의 지붕 티베트에 사는 소수 민족에게 올림픽 성화가 자유와 자치의 불꽃이 되기 바란다. 고상두 연세대 교수·유럽정치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