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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티베트사태 가린 ‘죽의 장막’

karuna           조회수 1,715
2008.04.20 15:02


 

지난 3월 말 베이징에 주재하는 15개국 외교관들이 티베트 답사를 다녀온 뒤 “북한이 연상됐다.”고들 했다고 한다. 현지 관계자들이 답사단 주변을 어찌나 에워싸고 도는지 “북한 관광 온 것 같다.”는 말들이 끼리끼리 모임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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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운 베이징특파원
티베트 사태 이후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관 관계자들은 불려다니기에 바쁘다. 사안마다 이뤄지는 중국 정부의 해명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개별 국가 또는 지역 국가들을 모아서 이뤄지는 ‘설명회’에서는 어떤 때는 중국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직접적으로 요구받기도 했다고 한다. 친(親) 중국 국가들이 먼저 올림픽의 정치화를 비난하고 나서고 뒤따라 이에 동조해야 하는 ‘어색한’ 분위기도 연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군도 각국 무관들을 불러다 비슷한 설명회를 가졌다.

이런 활동은 베이징 외교가에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많이 낳은 듯하다.“중국 당국으로부터 ‘경직’을 느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대외 활동이라기보다는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대내 보고용’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티베트 시위 파장이 확대일로에 있다. 성화 봉송 과정에서의 불상사,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 중국과 세계 언론사와의 마찰, 제품 불매운동까지. 이달 말이면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가는 형국이다.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상황은 더욱 어두운 느낌을 갖게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점차 흑백 대결 구도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중국 정부의 정책적 사안인 듯했던 문제는 어느새 ‘중국인’ 전체의 일이 돼버렸다. 중국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하나하나가 점차 민감해지고 있는 중국인을 자극하고 더욱 강한 반발을 야기하는, 악순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까르푸 불매 운동은 그 단적인 예다.‘중국인의 힘을 세계에 보여주자.’는 메시지가 휴대전화를 타고 퍼져간 뒤 지방 정부가 까르푸의 유통기간 초과 식품을 압류하는 실력 행사에 들어가고 TV 시사 프로그램이 대학교수들을 불러내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지극히 정상적인 표현 수단”이라는 말을 유도해내기까지, 실로 순식간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티베트 사태가 중국내에 끼칠 영향을 차단하려 중화주의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중화주의를 조장했는지의 여부보다는, 이미 조성된 민족주의가 중국 정부를 되레 압박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의 향후 태도는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올림픽과 함께 고양될 중화 민족주의가 중국 지도부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시나리오에 근접해가는 듯한 분위기다. 기자와 인터넷 대화를 주고받는 중국 지인들의 메신저 대화명의 앞부분은 어느새 하트가 그려진 ‘러브 차이나’로 통일됐다.“메신저에서 ‘붉은 마음’을 표시하자는 의견이 돌아 지난 17일부터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이 역시 순식간이다. 이들은 중화 민족의 부흥을 가로막는 ‘분자’들에 맞서 중국 인터넷을 달굴 잠재적인 ‘중화주의의 전사들’이다. 중국 인터넷은 지금 베이징의 지지자가 되거나 아니면, 베이징의 적으로 간주되는 양단간의 ‘애국 게임’의 장으로 변해가고 있다.‘서방의 왜곡’에 항의하기 위해 앞으로 전세계에서 펼쳐질 집회와 행진의 중심에도 이들이 있다. 대나무로 상징되던 중국이 점차 철(鐵)처럼 단단해지려 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중국내 홍보·선전은 점차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중국 안팎의 온도차는 더욱 심해질 듯하다.

이지운 베이징특파원 jj@seoul.co.kr

기사일자 : 2008-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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