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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티베트 망명정부측과 전격적인 대화 재개 선언으로 티베트 문제의 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양측의 확연한 입장차로 간극이 좁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티베트문제, 성화봉송 등으로 국제사회에 반중 정서가 확대되고 중국이 이에 불매시위, 선전전 등을 통해 반격을 취하는 와중에 중국 정부는 결국 서방의 요청을 받아들여 달라이 라마측과 대화를 갖겠다는 모양새를 갖췄다.
하지만 주권, 영토 문제와 관련한 원칙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중국과 국제 여론의 지지 여세를 몰아 이번 협상에서 진전을 보겠다는 달라이 라마의 입장차는 너무나 확연해 쉽사리 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양측이 6차례의 비밀 협상에서 불거진 자치권 부여, 달라이 라마 복귀, 망명정부 지위, 대(大) 티베트 구상 등 문제 외에도 지난달 14일 이후 발생한 티베트인 시위 문제가 걸려있어 치열한 설전이 예상된다.
◇ 대화전 '기싸움' = 중국은 달라이 라마측과 대화를 재개키로 한 다음날 관영 인민일보 사설을 통해 "티베트 문제는 서방이 달라이 라마 집단을 이용해 중국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라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인민일보는 또 "'달라이 라마 집단'이 티베트족 거주지에서 비(非) 티베트족을 이주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민족 차별주의적 주장"이라며 "중국 정부는 반드시 전력을 다해 주권 및 영토 보호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 역시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달라이 라마에 대한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도 25일 중국측의 대화 제의를 환영하면서도 "진지한 토론을 원하고 있으며 국제적 관심을 충족시키는 수준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측 대변인 텐진 타클라는 이에 맞서 "그간 6차례나 대화를 가졌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며 "만약 중국이 이번에도 대화에 나선다는 것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대화를 제안한 것이라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 망명정부의 준(準) 독립 요구 = 중국은 이번 대화를 통해 티베트 시위의 확산과 국제사회의 파급을 막는데 주력하겠지만 달라이 라마 망명정부는 티베트인 시위사태를 초래한 문제의 근본해결을 주장하면서 자치권 문제를 타결짓기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티베트 망명정부는 그간의 협상에서 제기한 주장들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자치권 부여의 수위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독립이 아닌 자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一國兩制) 형식의, 독립에 준하는 고도의 자치권 부여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확실한 통제를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자치권만을 생각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망명 티베트인들의 복귀 문제도 논의 안건에 올려질 전망이다. 달라이 라마는 줄곧 산시(山西)성의 불교성지인 우타이산(五台山)을 참배하고 고향인 티베트로 돌아가고 싶다는 개인적 희망을 피력해왔다. 중국이 판단하기에 이는 향후 티베트 정국의 안정 여부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는 또 티베트 망명정부의 위상 문제를 수반한다. 복귀가 이뤄질 경우 달라이 라마나 망명정부의 위상을 어떻게 인정해줄지, 새로운 자치정부를 어떻게 구성할지 등에 대한 복잡한 내용이 숨어 있다.
여기에 망명정부측은 '대(大)티베트' 구상을 제시하며 신장(新疆)과 쓰촨(四川), 간쑤(甘肅), 칭하이(靑海), 윈난(雲南) 지역의 티베트인 거주지를 모두 티베트로 돌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방을 포함한 티베트 종교, 문화에 대한 중국의 억압적 정책도 논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은 시위 중단에 관심 = 하지만 중국은 이런 자치권 협상보다도 당장 발등의 불인 티베트 시위 문제를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에 우선적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티베트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라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14일 라싸 시위 이래 발생한 티베트인 시위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라싸 시위 뿐 아니라 해외 올림픽 성화봉송의 방해 시위도 티베트 망명정부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달라이 라마측이 이번 대화를 통해 티베트를 중국에서 분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행동을 중단하는 믿을만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대화의 주제를 망명정부의 독립 활동에 두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달라이 라마가 분리독립 음모와 폭력을 중단하고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교란하거나 사보타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티베트 농노제 철폐, 티베트의 경제성장 등을 알리며 지속적으로 티베트 통치의 정당성 등을 홍보하고 있다.
◇ 구체적 성과는 기대 난망 = 양측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데다 양측의 입장차가 이처럼 확연하기 때문에 양측의 대화는 여론의 감정을 다소 누그러뜨리데 도움이 될 뿐 구체적인 진전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중국 관측통들도 중국의 대화제의 동기에 대해 의구심을 품으며 이번 대화에서 실질적인 결과가 도출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왕샹웨이(王向偉)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부편집장은 "대화제의도 선전전의 일환"이라며 "베이징의 대화재개 결정은 순전히 올림픽의 순조로운 진행과 성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창착얀(鄭赤琰) 홍콩 중문대 정치과 교수는 "대화재개는 국제사회의 반중국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구실"이라며 "진정한 협상이 이뤄지려면 후진타오 주석과 달라이 라마의 직접 담판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려있는 탓에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 성과를 내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협상 진전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경제대국 중국에서 반서방 감정이 촉발돼 곤혹스러운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은 대화재개를 환영하면서 이를 빌미로 한발 물러설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이들 서방 지도자는 인권단체와 언론들의 비판적 태도와 고조되는 대중 압력을 누그러뜨리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도 중국내에서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고조되고 있는 반서방 민족주의 열기를 누그러뜨리고 올림픽 현안에서 주도권을 다시 쥘 수 있을 것이라고 왕샹웨이는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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