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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계절

티벳록빠           조회수 576
2018.01.18 19:15


당신의 계절

 

윤 이 나 

 

2015년 여름과 가을, 나는 그 가게에 있었다. 지금은 샵과 가게가 하나의 마당을 두고 연결돼있지만, 그때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곳과 샵이 스무 발자국 정도 떨어져 있었다. 나는 그때 토요 카페 지기였는데, 그 가게로 오는 즐거움 중 하나는 밥상이었다. 바쁜 오전타임이 지나고 나면 샵에 있던 매니저가 앉은뱅이 밥상에 점심상을 챙겨들고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는 그 시간을 가장 기다렸다. 이곳은 재료 본연의 색을 해치지 않고 요리 하기 때문에 언제나 밥상이 알록달록하다. 이게 바로 그 가게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음식이든, 사람이든 나만이 가진 색 그대로 존재하는 일.

그 가게로 가는 또 다른 즐거움은 각 계절의 매력을 느끼는 데 있다. 비닐하우스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겨울에도 수박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다지만, 이곳은 제철음식만을 고집한다.

때문에 메뉴가 계절마다 바뀌는 게 익숙지 않는 손님들도, 때마다 신메뉴를 새로 익혀야하는 지기들도 조금은 불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철메뉴가 없었다면 생강이 제철인 겨울에 짜이 맛이 더 깊다는 사실을, 여름에는 특히 가지커리가 맛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저마다의 깊은 맛을 내는 때가 있다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배운다.

 

2015년 그 가게에서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여행을 다녀온 뒤 2017년 가을, 나는 돌아왔다.

겨울에 본 가게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외관상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니 내가 성장한 만큼, 이곳도 제 나름의 나잇살을 먹으며 성숙해져있음을 느꼈다. 2년 전에는 이곳 특유 느림의 미학같은 걸 예찬했다면, 이제는 그 가게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지금 함께 있는 이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가게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 함께 있는가

 

나는 지금 그 가게에서 첫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난로를 데우고 향을 피우며 손님을 기다리다보면, 여름가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그 가게의 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

 

당신에겐 그 가게를 찾아올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당신이 계절을 잘 타는 사람이거나, 그래서 봄여름겨울가을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면, 아니면 그저 계절이 흘러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싶다면. 잠시 그 가게에 들려 짜이 한 잔 하고 가면 좋겠다.

 

나도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나의 다음 계절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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