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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개막식 대신 티베트 위한 공연 보러 왔어요

빼마           조회수 8,132
2008.08.12 21:57


오마이뉴스 | 기사입력 2008.08.09 17:35


[[오마이뉴스 김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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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에 참가한 체리필터
ⓒ 김원영

'Dreamfully', 팔뚝에 공연 입장을 허락하는 도장이 찍혔다. 새장 위에 새 한 마리가 평화롭게 앉아 있는 그림이다. 마치 티베트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을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듯하다. 중국으로부터의 영원한 독립, 티베트의 자유를 얻으려는 티베트인들의 꿈.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베이징올림픽의 화려한 개막식이 열리고 있는 8일 저녁, 홍대 앞 롤링홀'(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올림픽에 초대받지 못한 티베트 사람들을 돕기 위한 작은 공연이 열렸다.


8일과 9일 오후 6시, 이틀간 열리는 이 공연의 이름은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Save Tibet Festival)'. 이번 자선공연에는 체리필터, 강산에, 전자양, 슈퍼 키드,슬로우 준 등, 하루 10개 밴드 씩 총 20개의 밴드가 무료로 출연한다.

티베트어로 '함께 가는 친구 또는 돕는 이'라는 의미를 가진 '록빠(ROGPA)'는 이번 공연을 주최한 비정부 단체로, 공연의 모든 수익금은 '록빠 탁아소'와 티베트 여성 작업장에 돌아간다. '록빠 탁아소'는 인도 다람살라로 탈출한 티베트 난민 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한 무료 탁아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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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 공연을 주최한 '록빠'의 탠진잠양(티베트인)씨는 공연을 열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도 일본에 침략 당했던 유사한 역사가 있어 어느 나라보다도 티베트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찾아 와 티베트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어 나 또한 희망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8일 공연에만 2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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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공연 첫 무대는, 이 공연을 위해 특별히 밴드를 결성했다는 '슬로우 준'이 열었다.
'슬로우 준'은 "우리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감동이 있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며 "오늘 즐겁게 노시고 (티벳인들을 위한)기부금에도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공연에 출연한 또 다른 밴드, 보드카레인'의 보컬 안승준(30)씨는 무대 위에서 "소수자를 위한 공연에 참여한다는 게 음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며 소회를 밝혔다. 또 "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왜 우리가 이 무대에 서 있는지 그 의미를 꼭 한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티베트 인들의 심정에 공감해 오늘 페스티벌까지 참여하게 되었다는 김소연(29)씨는 "올림픽이란 것이 본래 평화적인 행사지만 이번 중국 올림픽의 이면에는 자유 티베트를 향한 외침이란 아픔이 묻어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자선공연을 통해 현 티베트의 상황에 관심을 쏟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안학 교에 다니며 중국 유학을 준비 중 이라는 이용훈(16)씨는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티베트가 고유의 전통문화를 잘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티베트 문제를 꼭 정치적 '독립'으로 한정지어 볼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이어가기 위한 티베트 민족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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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티벳페스티벌'에 참여한 '체리필터'와 '슬로우 준'의 공연 장면
ⓒ 김원영

공연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뜨거워졌다. 드럼 비트가 빨라지고 화려한 기타솔로가 이어지면 사람들의 움직임도 빠르게 달아올랐다.

공연 후반, 오랜만에 싱글앨범을 들고 나온 '체리필터'가 무대 위에 등장하자 공연장은 사람들의 함성과 열정으로 가득 찼다. '체리필터'가 '오리날다', 낭만 고양이', '해피데이' 등 연속되는 히트곡들을 부르자, 관객들이 모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함께 음악을 즐겼다.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31) 씨는 "티베트가 국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 매우 가슴아프다"며 "티베트의 어린이들을 돕는 이번 자선행사에 참여한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연에 참석한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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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을 보러온 200여 명의 관객들.
ⓒ 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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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을 보러온 200여 명의 관객들.
ⓒ 김원영

그러 나 오늘 공연에 온 모든 사람이 평소에 티베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연 중간 중간 나왔던 '록빠 탁아소'의 모습과 티베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탠진잠양씨의 말을 듣고 티베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페스티벌에 참여했다는 권미양(24)씨는 클럽공연 뿐만이 아니라 '티베트'라는 명칭도 생소하다. 그녀는 "공연 취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사실 티베트란 지역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티베트인의 음성으로 현재 티베트가 처한 상황을 듣고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인 무대였다"고 말했다.

체리필터 열혈 팬이라는 최민수(28) 씨는 "체리필터의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공연을 보러 온 것인데 덕분에 티베트 문제까지 알게 됐다"며 "앞으로 티베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관람객 하제인(재미교포)씨는 "아무리 작더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공연을 열고 참석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에 대한 증오를 우기보다는 음악을 통해서 사람들의 열린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공연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 박근수(26)씨는 "사실 티베트 문제보다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 보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렇지만 그들이 이 공연을 보고 티베트라는 곳에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을 주최한 탠진잠양 씨 역시 "이런 공연으로 젊은 사람들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다"며 웃었다.

한편, 9일 오후 6시, 같은 장소 홍대 '롤링홀'에서 두 번째 공연이 열린다. 이날 공연에는강산애, 스마일티, 트랜스픽션 등 10개 밴드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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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

"한국도 비슷한 역사 겪었으니까 티베트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을 연 탠진잠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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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을 주최한 '록빠'의 탠진잠양 씨(티베트인)
ⓒ 김원영

티베트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현재는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는 탠진잠양 씨.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을 4회째 준비해 티베트 난민을 돕고 있는 활동가, 탠진잠양 씨에게 티베트의 상황과 중국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간략히 자신을 소개해달라.
"인도에서 태어난 티베트 인이다. 인도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인도 난민촌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부인이 한국 사람이다. 매년 한국에 와서 '세이브 티벳 페스티벌'을 준비해왔다. 올해가 그 4번째다."

- 일부 한족들이 티베트인들에게 불만을 갖는 것은 왜 하필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이 중요한 시점에 티베트 독립운동이라는 곪았던 문제가 터졌냐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오히려 티베트인들이 올림픽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나도, 티베트 정부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올림픽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는 마땅히 평화, 인권 등의 가치를 존중해야 함은 물론, 올림픽 기간 동안만이라도 고통 받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티베트는 어떤가? 중국정부에서는 티베트에 종교적 자유, 문화의 자유도 보장해 주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기자와 여행자들도 티베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사람들을 탄압하면서 '평화와 자유의 상징'인 올림픽을 한다면 그건 허상이다."

- 달라이라마의 비폭력 평화시위에 대해 최근 티베트 젊은이들이 한계와 회의를 느낀다고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 들었다. 사실인가?

" 티베트의 유혈사태는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다. 불교를 믿는 티베트 인들은 살생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비폭력 평화시위를 한다. 폭력시위를 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언론이 이런 사람들만을 비춘다. 그런 게 뉴스거리가 되니까. 언론은 티베트 인 말보다 세계 3대 강국인 중국 말을 더 많이 듣지 않나. 중국은 우리를 폭력시위대로 몰아가고 있다."

- '티베트' 하면 죽은 사람의 시신을 잘게 찢어 새의 밥으로 던져주는 천장(조장) 장례풍습이 생각난다. 여전히 이 같은 지역 특성이 고려된 독특한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나?

" 티베트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티베트 문화와 언어를 교육시키는 것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티베트 인들이 봉기하는 것이다. 티베트 인들이 분노하는 것 중 하나가, 티베트의 신들이 환생하려면 중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티베트의 문화와 언어는 다른 나라의 그것들과 똑같이 소중하다. 문화는 정원의 꽃이다. 정원의 꽃이 모두 똑같은 것보다 다양한 게 재미있고, 예쁘지 않나. 하나의 꽃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슬프겠나. 그러나 티베트 문화를 중국이 말살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티베트 문화를 몇 십 년 후에 박물관에서 보게 될까봐 두렵다."

-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인정함으로써 신장 위구르 등의 다른 자치지구에서도 연쇄적으로 독립국가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민족별로 자치국가를 만들어 뿔뿔이 흩어진다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이런 문제로 정부와 얘기하는 것이 가장 피곤하다. 1950년 중국 침략 이후 티베트는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 역사를 읽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본래 우리는 자치지구에서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티베트인들에 대한 종교적 억압, 폭력적 탄압 등이 매해 3000명 이상의 티베트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나라의 독립을 떠나 우선 살기 위해서 시민의 독립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 공연 수익금으로 후원하는 '록빠 탁아소'에 대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 한 해에도 티베트에서 인도로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3000여명에 이른다. 언어도 다르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는 말을 안 해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온 가족이 탈출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빠는 티베트에 있는데 엄마와 아이만 탈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영세 상업인이 되거나, 일자리를 구하게 되는데 이때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매우 힘들다. 게다가 인도는 우기만 3개월이기 때문에 아이를 안고 일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록빠 탁아소'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아이를 무료로 봐주는 곳이다. 우리의 공연 수익금은 '록빠 탁아소' 근처 여성작업장에도 돌아간다."

- 공연에 와서 사람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은?
" 한국도 일본의 침략을 당했던 유사한 역사가 있지 않나. 티베트가 현재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침략의 경험을 해보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역사를 보면 마음 아프지 않나. 나는 한국 사람들이 티베트를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계속 한국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티베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세계 평화를 위해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 끝으로, 티베트에 대한 오해를 이렇게 바꿔줬으면 하는 점이 있나? 또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티베트 사람들이 중국인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절대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중국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고, 이것을 고쳤으면 하는 것이다.

티 베트는 사랑과 평화를 원한다. 민주주의를 원한다. 한국에서는 평화가 쉽고,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티베트의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평화를 위해 젊은 사람들이 말만 하지 말고, 조금 더 관심 갖고 노력해 달라. 한국 정부 역시 티베트를 위해 좀 더 애써줬으면 좋겠다. 지구 한 켠 에서 일어나고 있는 티베트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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