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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티베트인 분신, 세상의 외면에 따른 절망…중국몽(夢)을 위해.

karuna           조회수 2,188
2014.02.11 18:30


[월드리포트] 티베트인 분신, 세상의 외면에 따른 절망…중국몽(夢)을 위해 관련 이미지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티베트,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름다운 설산(雪山)과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정도였습니다. 세상과는 동떨어진채 사는 수도승의 삶, 은둔자, 평화로움, 이런 단어들이 먼저 연상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 가지 강렬한 영상이 더해졌습니다. 바로 티베트인들의 잇따른 분신입니다. 지난 3년 동안 120여명(정확히는 2014년 1월말까지 125명)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불살랐습니다. 한 해 평균 40여명 씩이나…. 그들은 왜 분신하고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요?

영국 BBC 방송은 최근 '티베트인의 분신, 세상의 외면에 따른 절망'이란 기사에서 외부 세계의 외면으로 티베트가 갈수록 고립돼 가고 있으며 티베트인들 사이에서는 좌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티베트인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면서 "그들의 문화는 침식 당하고,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으며, 다른 세상은 티베트에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티베트인들이 극단적인 방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스스로 분신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인권 실태를 견제하는 서방 세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약해지고 뜸해지는 느낌입니다. 중국의 경제력이 막강해지면서 서방 세계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보다 뚜렷해지고 늘고 있는 겁니다. 지난 연말 캐머런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은 이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캐머런 총리는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 "영국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존중하고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며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티베트 문제에 대해 중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듣고 싶어하던 말을 사실상 모두 들려준 셈입니다. 2012년 5월 중국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영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던 캐머런 총리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달라이라마 접견 이후 18개월간 뻣뻣했던(?) 캐머런 총리가 머리를 숙인 것은 경제 회생을 위한 중국의 자본 유치가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의 외교적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는 스페인의 최근 상황도 커져만 가는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1월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재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 '보통관할권'의 적용 범위를 스페인과 스페인 거주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했습니다.  다분히 '중국의 심기'를 의식한 조치로 중국-스페인 관계는 작년 10월과 11월 스페인 법원이 티베트에서 대량학살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장쩌민 전 주석 등 전 중국 지도부 5명에 대해 체포 명령서를 발부하면서 위기 국면으로 치달아 왔습니다. 중국이 스페인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경제 제재 등의 위협을 가해오자 라호이 총리가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안좋은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정부는 보통관할권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신의 한 수'를 통해 현재의 난국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 전 주석 등에 대한 체포 명령서 발부는 효력을 자동 상실하게 돼  외교 갈등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인권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서방 세계의 이런 사실상의 백기 투항은 티베트의 독립 내지 자치 강화를 주장해온 티베트인들과 관련 단체들에게는 적지 않은 좌절감을 안겨줬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방 세계가 인권 신장이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위해 노력해온 점을 결코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서방이 중국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거대한 시장과 자금, 경제적 이득이지 티베트의 독립, 인권이 아니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국의 경제불황과 높은 실업률 앞에 다른 나라의 인권 문제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뿐 아니라 문제 제기로 불이익이라도 예상될라치면 모르는 척 넘어가는게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티벳 연합_500티베트 인권·민주촉진센터가 최근 발표한 '2013년 티베트인권상황보고서'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티베트인들의 삶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최근들어 티베트 자치주에 한족들이 대거 몰려들어오면서 티베트인들의 생존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족 상인들이 자본과 경영력을 앞세워 현지 상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현지 티베트 상인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유목민들은 가축 감소와 인구 증가 속에 달리 생활 방도가 없어 거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권센터의 츠런춰무 대표는 티베트의 인권 상황은 지난 1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단쩡닝 연구원은 지난 한해에만 중국의 강압 통치에 항의하는 분신이 27건이나 추가 발생했는데도 당국은 심각한 국면을 완화시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현재 수백명이 구속. 수감 등으로 박해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티베트인들의 잇따른 분신은 이처럼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의 현실과 세계의 외면에 따른 절망감, 좌절감이 겹치면서 계속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지난 1950년 낡은 봉건 사회에 신음하던 티베트인들을 해방시키고 (티베트 입장에서보면 침략, 점령이지만)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티베트 수도 라싸까지 이어지는 시짱 철도를 놓고 한족들을 이주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서로 정반대의 주장이 나오고, 1년에 수십건의 분신 사건이 발생하지만 실은 누구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이 티베트에 가려면 따로 비자를 받아야 하고, 외신 기자의 경우 당국의 사전 허가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이나 서방 언론에서 쏟아져 나오는 제한적이거나 일방적인 정보만 갖고 기사를 써야할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티베트 관련 기사는 기사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게 사실입니다.

개혁 개방 30여년 동안 경이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해온 중국이 시진핑 새정부 출범과 함께 '중국몽(中國夢)' 즉 중국의 꿈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이 강조하는 중국몽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입니다. 제국주의 열강에 짓밟힌 굴욕의 세기를 넘어, 찢어지게 가난하고 궁핍했던 시절을 넘어, 일부만 먼저 잘사는 선부론(先富論)을 넘어, 이제 13억 중국인이 모두 잘사는 나라입니다. 56개 중국 민족 모두가 부유한 나라입니다. 세계인로부터 무시 당하는게 아니라 존경받는 나라입니다. 이는 당연히 억압과 착취를 통한 부(富)가 아니요. 물질만 풍요로운, 인권은 무시되는 그런 사회도 아닙니다.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처럼 티베트 역시 중국의 일부이고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원치 않는다면 이제라도 그들과 함께 꿈을 얘기하고 그들이 세상의 외면과 절망에 빠져 분신에 나서지 않도록 보듬고 공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서방의 문제 제기 역시 강대해진 경제적인 힘으로만 굴복시키기보다는 발전을 위한 좋은 충고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중국인들이 염원하는 중국몽이 단순히 중국인들만의 꿈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세계인의 꿈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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