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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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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마 작성일04-11-25 04:35 조회4,0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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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우리 부부가 한국에 오기까지의 공식적인 절차에
대해서 말해볼까 한다. 인도라는 곳이 워낙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을뿐더러 제임스는 인도인도 아닌 인도에서
태어나 살아온 티벳망명인이기 때문에 절차가 쉽지만은 않았기에
혹시 모를 다른 한국-티벳 커플들에게 도움이 될수 있을꺼라 생각한다.

여권 발급부터 결혼신고, 비자받기까지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 여정을 조금 자세하게 정리해 보겠다.

우선 제임스가 한국에 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여권이 필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어야 일주일이면 나오는게 여권이지만
인도에 사는 티벳사람들에게는 그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다행하게도 달라이라마의 지시로 몇년전부터 대대적으로 신청을 받아서
내주고는 있지만 몇개월은 기본이고 제임스 같은 경우에는
뭐가 문제가 되었는지 신청한지 일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고
결국은 여권을 받기 위해 다름살라(여권신청지)-델리(티벳망명정부의여권관리국)-심라(다름살라가 속한 주의 수도)를 몇번 드나들어
받아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심라였는데, 심라는 히마찰프라데시의
수도로 다름살라에서 신청을 하면 이곳 티벳사회복지국으로
신청서가 우선 오게 된다. 그리고 이곳 경찰서 여권부서에서
허가 스탬프를 받고 이것이 다시 델리를 거쳐 다름살라로
가게 된다고 한다. 추적의 추적을 거듭 제임스의 여권이 이곳
경찰서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음을 알아낸 우리는 그 추운 겨울에
심라로 가게 되었고, 주눅 잔뜩든 제임스와 인도 경찰서로 들어갔는데
경찰서야 어딘들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인도 경찰서는 죄도 짓지
않았건만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게 기분이 참 묘했다.
게다가 늘 당하고만 살아왔는지 티벳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인도 경찰들은 무시하는 분위기였고 그 사실을 너무도 잘아는
제임스가 들어오기 전부터 주눅이 드는건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찾아온 여권부는 작은방으로 두명의 형사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그들은 우리를 귀찮아했고, 우리를 도와주기는 커녕
도대체 우리가 무슨 관계며 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만
궁금해했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한 나는 인도경찰서 안에서
두명의 형사를 앞에 두고 도대체 너희가 하는 일이 뭐냐면서 따지기
시작했다. 조그만 동양 여자가 너무도 당당하게 굴자
뭔가 있어 보였는지 형사 하나가 상자 가득 들어있는 서류들을
펼쳐보이는데 종이 한장 한장마다 이름과 주소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런 상자가 몇십개였고 형사는 여기에서 제임스의 이름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여기에서 꼬리를 내릴 수는 없었다.
더 큰 소리를 쳐대며 오늘 안에 해결할 급한 일이라고
했더니 주섬주섬 그때서야 일을 시작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형사가 제임스한테 조용히 힌디어로 물어봤다고 한다.
저 여자가 뭐하는 여자냐구. 또 제임스는 한술 더떠 기자라고 했단다.
그렇게 찾은 제임스의 여권신청서는 스탬프를 받는 것까지 확인하고
우리가 가져가게 해달라고 우기다가 거기까지는 무리인것 같아
빠른 시일내에 델리로 보내줄것을 독촉한 후 경찰서를 나왔다.

그후 삼주후, 우리는 델리에서 여권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티벳망명인의 여권이 세상 여권중 가장 특이하지 않을까 한다.
보통 여권이라 하면 다 똑같은 사이즈에 겉색깔만 파랑,초록,빨간색으로
다른줄 알았는데 제임스의 여권은 노란색으로 우선 사이즈부터 크다.
보통 여권보다 세로 4cm,가로 2.5cm 가 크고 또 겉표지가
하드커버다. 그리고 여권 안에는 컴퓨터로 이름이나 주소가 인쇄되기
마련인데 제임스 것은 볼펜으로 쓰여있고 이름 철자도 틀리게
나와 있다. 텐진 잠양인데 텐징잠양으로 나와 있어 공항에서는
매번 다른 이름을 써야 한다. 겉에는 인도정부의 마크가 붙어있지만
안에 국적(nationality)은 티벳으로 되어 있다.

공항에서도 다들 신기하게 생각하며 얼굴 한번 다시 보게끔 만든다.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이 여권을 발급 받았는지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인도는 우편사고도 잦을 뿐더러 워낙에 복잡한 절차로
여권이 엉뚱한 곳에 가 있기도 해서 신청한지 1,2년이
지나도록 여권을 발급받지 못한 티벳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디가서 따지지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기만 한다니 남의 땅에서 산다는게 정말 서러운 일임을
실감했다.

< 참고로 줄이 있는 경우 돈을 주고 빨리해 삼일만에 받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그럴경우 달랑 그 돈준 사람것만 하면 의심을
받기때문에 그 사람 앞뒤로 줄 서 있는 사람까지도 혜택을 받는
정말 운 좋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소문에 의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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