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빠 공식 카페
 Home > Save Tibet > 빼마가 쓰는 티벳 문화

버터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빼마 작성일04-11-25 04:34 조회3,744회 댓글0건

본문


 
 
시댁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새벽이 밝았다.

\"빼마! 빼마!\"

침대 머리 맡에서 너무도 간절히 부르는 소리에
부시시 반쯤 감긴 눈을 힘겹게 떠보니
시어머니셨다.

\"베드티, 베드티\"

영어를 잘 못하시는 어머님은 내게 차 한잔을 건네며
마시라는 시늉을 보이셨다.

이른 새벽, 제임스는 이불 속에서 나오지도 않는데
나만 깨우는 어머님이 야속했을만도 한데
솔직히 나는 너무 졸려서 오케이라는 말대신에
고개만 끄덕끄덕. 어머님이 나가시기가 무섭게 찻잔을
어디다 내려 놓는지도 모르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눈을 떴을때, 다 식은 차 한잔이 눈에 뛰었다.

아!이런.
어머님은 아침부터 밥이라도 지으라고 날 깨우셨던 건가?

제임스를 깨워 어머님이 아침 일찍 왜 너는 안주고 나만 차를 주셨지?
하고 물으니, 어머님은 외국인은 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차를
마시는 줄 아신다고 그래서 나한테도 최상의 접대를 하신거라고
했다.

그런줄도 모르고..
차가 가득 그대로 있는 잔을 내가기가 민망스러워 억지로라도
비우려고 맛을 보는데.. 윽... 버터차다.

맹맹하고 느끼한 맛. 달지도 그렇다고 쓰지도 않은 이 맛.
거기에 식어버리기 까지 했으니 이건 고역이였다.

버터차를 처음 먹는 것은 아니였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해가
안되는 맛. 한잔 가득 따라주는 차를 다 마시는게 예의라는 제임스의
말에 눈,코 다 막고 결국 꾸역꾸역 다 마셨다.

내게는 그런 차지만 티벳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차가 바로 버터차다.
버터차는 일종의 녹차로 만드는데 찻잎을 소금과 소다를 넣고
펄펄 끓인후 나무로 만든 길다란 통에 넣고 뚜컹에 달린 손잡이를
위아래로 밀었다 당겨주면 안에 있는 버터와 찻물이 섞이면서
완성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해서
어떻게 섞어주냐에 따라 맛도 다른 것 같았다.

잘 밀리지도 당겨지지도 않는게 멋도 모르고 달려 들었다가
차는 섞이지도 않고 물만 잔뜩 튀었다.

티벳에서부터 야크의 젖으로 우유를 짜고 또 남은 우유로
버터를 만들고 그것을 햇볕에 말려 치즈를 만들어 먹었는데
버터차도 여기에서 비롯된 마실거리중 하나로
우리에게는 다소 느끼하지만 높고 추운 곳에서 사는
티벳사람들에게는 영양상
그것만큼 좋은 마실거리도 없었을 것이다.

깊은 티벳고원의 밤.
몇백 마리 야크떼와 함께 수십리 이동을 했을
고다난 목동. 따뜻한 버터차 한잔에 몸이 녹는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소리 낮게 진언을 읊조려본다.
옴마니반메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