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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아소 1주년 기념 운동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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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빼마 작성일06-09-03 23:49 조회1,61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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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ㅤㅇㅣㅋ 주문을 깜빡 잊고 있다가 아침에 급하게 하는 통에
디자인이고 뭐고 빨리 만들어 달라고 재촉을 해놓은 터였다.

다행히 알아서 2층짜리 예쁜 케ㅤㅇㅣㅋ이 정각에 도착했고
우리 아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자 하루에도 몇 번씩 리허설을 했던 곡인
생일 축하 노래를 모두가 함께 불렀다.

촛불을 끄자마자 어느 자원봉사자의 표현에 의하면 마치 모두가 짜기라도 한 듯이
엄마들이 동시에 카닥을 커내서 나와 잠양뿐 아니라 선생님들 자원봉사자들한테까지
모두 걸어주었다. 몇 십장의 카닥으로 우리 모두는 순식간에 눈사람이 되었다.
나 역시 그 카닥을 아기들에게 다시 걸어주었다.

탁아소에서 준비한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들이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나누며
눈이 부시게 하얀 카닥을 목에 걸어주는 모습은 오랫동안
우리의 가슴 속에 남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한 순간이였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박터뜨리기’ 시간. 이 박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는데
전 날, 마날리로 떠나고자 버스표를 구입해 놓았던 한 자원봉사자가 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박과 사랑에 빠져 거금 400 루피나 하는 버스표를 포기하고 박을 하루 종일에 걸쳐 완성하고 행사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 박은 고이고이 간직되어 매번 행사때 마다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다들 이상한 물건이 천장에 달리고 공을 던지라고 하니
도대체 뭔가 해서 열심히 공을 던진다.

대략 오분이 지났을까? 박이 조금씩 벌어지는게 보이자 흥분은 고조되고
이제는 엄마들까지 나서서 공을 힘차게 던졌다.

드디어 박이 열리자 ‘Happy Birthday ROGPA’ 라는 문구와 함께
반짝이는 색종이와 사탕이 우르르 떨어졌다. 다들 사탕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박에서 나온 사탕을 하나씩 주워먹고 드디어 상품 전달식.

겔렉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노돈 선생님 팀이 1등을 해서
한국에서 후원 받은 하얀색 면티셔츠를 한 장씩 나누어 주었고
다른 팀 아기들에게는 인도산 크레용을 나누어 주었다.

탁아소에서 처음 있는 큰 행사 치고는 제법 잘 치뤄낸 듯 싶다.
모든 잔치가 그렇듯 다소 소란스럽고 정신없었지만
탁아소가 아기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하는 공간으로
티벳 난민 지역 사회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
뿌듯한 날이였다.

록빠 탁아소가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하지만 항상 제자리 걸음이 아니라
아기들이 기어 다니다가 걸어 다니고 뛰어 다니는 것처럼
아기들과 함께 무럭 무럭 자라나기를 기도했다.

뒷풀이 : 행사를 마치고 선생님들과 자원 봉사자들은 청소를 하고 점심을 함께 했다.
평소에 다함께 밥 한끼 같이 먹기가 힘든 터라 본 행사만큼이나
소중한 시간 이였다. 다른 식당에서 먹을까 하다가 인원이 많아
카페리를 문닫고 주방장을 불러다 탁아소에서 식사를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작은 우리들의 운동회를 열었다.

엄마들이 치열하게 했던 매트리스 차지 하기부터, 발목에 풍선을 묶어 놓고
자기팀 풍선은 지켜가며 상대편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 풍선 배구 등을 하는데
정말 다 커서 그렇게 무섭게, 숨이 차고 땀이 나도록 뛰어 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본 행사 보다 더 치열했던 터라 다들 밥을 먹고 나자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종종 직원 운동회라도 열어야겠구나 싶었다.
어찌나들 좋아하던지…

록빠 탁아소의 일년이 이렇게 지나갔다.

사랑으로 함께 했던 탁아소 자원 봉사자들과 적은 월급이지만 마음으로 일했던
티벳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사랑이 없으면 뜻대로 하고, 지상의 모든 신을 ㅤㅉㅗㅈ아다녀도
온갓 사회활동을 하고, 빈민을 구제하고, 정계에 입문해도
책을 쓰고 시를 쓰더라도 그대는 죽은 사람이다. “

댓글목록

나미브님의 댓글

나미브 작성일

ㅎㅎ

이런 메뉴가 있는지 몰랐어요

카닥은 참... 작지만 마음을 감동시키는 큰 힘이 있는 선물 같습니다